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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68 호 [교수칼럼] 효율의 역설

  • 작성일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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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19
이윤진


  어느 화창한 봄날, 캠퍼스 난간에 걸려 있던 파스텔톤의 귀여운 키링에 적힌 한 문구가 기억난다. 

‘노력 없이 행운과 행복을 얻을 운명~~’

아무런 노력 없이 무언가를 얻는 걸 행운으로 여기고, 그것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 믿는가? 나아가 그걸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그런 능동성 부재의 상황을 꿈꾸다니, 그 달콤한 이면에 숨겨진 함의(含意)가 두렵지 않은가?


  우리는 평소 효율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아니,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강요받는지 모른다. 효율의 사전적 정의는 ‘들인 노력과 얻은 결과의 비율(출처: 네이버사전)’이고 수학적으로는 입력에 대한 출력의 비율, 즉 ‘효율=출력/입력’로 정의한다. 입력을 노력으로, 출력을 결과로 바꾸어 본다면, 키링에 적힌 문구는 결국 ‘무한대의 효율을 내는 운명’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이러한 바람을 현실에 대입해 보면, 에너지의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에너지는 파워(전력)와 시간의 곱이다. 일은 곧 에너지이고, 파워는 일률, 즉 시간당 일의 양이다. 입력으로 들어가는 총에너지와 입력에 대한 출력으로 나오는 총에너지의 비율이 곧 효율이다. 결과적으로 효율의 극대화를 위해 입력의 시간을 최소화하고, 출력의 시간을 최대화하길 희망한다. 이를 ‘시간적 효율’이라 부를 수 있겠다.


  우리가 문제를 푸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단서를 찾고, 이를 조합하면서 그 과정에서 논리를 구조화한다. 마침내 나만의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그 결론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다른 명제와 다양한 방법론을 가지고 위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는지 확인한다. 이를 통해 의구심은 확신으로 굳어진다. 물론 내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결론이기에 생각하지 못한 모순이나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타인과 의견을 교환하고 치열하게 토론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지적 숙고의 과정을 건너뛰고 문명의 이기(利器)에 의존하는 길을 선택한다. 그것을 지혜라 여기며, 시간적 효율 면에서 남들보다 압도적이라 자부한다. 내가 더 빨리 답을 찾았으니 말이다.


  전기회로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공식이 하나 있다. 바로 옴의 법칙으로 알려진 ‘V=IR’이다. 중고등학교 물리 시간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전기회로를 대표하는 공식이다.


  옴의 법칙이 말하는 물리적 현상은, 저항(R)이라는 회로소자(circuit element)에 전류(I)를 흘리는 순간, 즉각적으로 저항 양단에 전압(V)이 나타나고, 그 전압(V)의 크기는 저항(R)과 전류(I)의 곱과 같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입력이 주어지면(저항에 전류를 흘리면) 그 결과(저항 양 단의 전압)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시간적 효율 측면에서 보면, 저항만 한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전기회로에는 저항(R) 외에도 인덕터(L)와 커패시터(C)라는 수동소자가 있다. 저항(R)에서 전압과 전류의 관계를 옴의 법칙으로 표현하듯이, 인덕터(L)와 커패시터(C)에서도 전압과 전류의 관계를 수식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다만, 옴의 법칙과 같은 선형방정식의 형태가 아닌 미분과 적분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유도기전력과 변위전류와 같은 방해 요소에 의해 시간적 지연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간적 효율 측면에서 보면 최악의 특성인 셈이다. 


  하지만 저항과 달리 인덕터와 커패시터는 ‘에너지 저장 소자’라 불린다. 인덕터는 자기장의 형태로, 커패시터는 전기장의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한다. 다시 말해, 저항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소자가 아니란 말이다.


  입력(원인)이 주어지는 순간 즉각적으로 출력(결과)이 나온다는 것은, 반대로 입력이 사라지면 그 즉시 출력도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무언가를 높은 효율로 순식간에 얻을 수 있다는 말은, 그 얻은 것을 같은 효율로 순식간에 잃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왜 우리는 얻는 것만 생각하고, 잃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가?


  진정한 배움과 성장을 꿈꾸는 우리에게 정작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빠르게 얻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내 안에 얼마나 오랫동안 깊이 있게 머무를 수 있는가’이어야 한다.



전기공학전공 조수환 교수